어느 날의 오전이었다. 평소라면 아처보다도 일찍 오는 편인 동료가 아슬아슬하게 도착했다. 그러나 본인의 습관을 벗어난 것치고 긴장한 기색은 없었다. 오히려 미소를 머금은 채 자리로 들어와 앉았다. 그렇다면 나쁜 일을 겪은 게 아니라 짐작하며, 아처는 낮은 칸막이 너머로 고개를 들었다. 첫말을 고르는 사이 책상 위의 화분이 보였다. 온통 흰색의 전자기기로 꾸...
1장 당신의 상태에 대하여 오전 4시부터, 당신은 잔디 위에 누워있다. 사실상의 설명은 그게 전부다. 물론, 당신은 ‘스스로 무엇을 모르는지’에 대한 정보를 받을 자격이 있으니 조금 더 나열해보겠다. 1) 오전 4시 이전의 일은 모른다. 2) 어쩌다 잔디 위에 누워있게 되었는지도 당연히 알 수 없다. 3) 하다못해 쓰러졌는지, 떨어졌는지, 솟아났는지도 모른...
“음.” 전파를 타고 흐르는 대화가 싱거웠던 탓에, 랜서의 시선은 산만하게 이동하고 있었다. 저녁의 길거리는 한적했으므로, 그는 연한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이나 가로등 불빛 아래 모여있는 하얀 나방들 따위를 번갈아 가며 눈길을 주고 있었다. “그래.” 시선을 옮겨 다니는 것에도 금방 물린 랜서는 몸을 살짝 틀었다. 살짝 옮겨진 그의 시야 안으로 멀리서 걸어...
랜서는 이 동네에서 가장 얼굴을 익히기 쉬운 자였다. 독특한 머리색깔이나 미형의 얼굴도 그렇지만, 거리를 돌아다녔을 때 가장 자주 마주치는 인물이었던 탓이었다. 아침의 꽃집에서, 오후의 생선 가게에서, 밤의 도로에서, 랜서는 늘 실실 웃는 낯이었고 눈이라도 마주치면 표정으로라도 인사해줬다. 손님을 맞이하는 것이 적성에도 맞고 익숙해진 모습이었다. 어쨌거나,...
하고 싶은 말과 거짓이 섞인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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