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썸네일 제공: 섭 키드가 툭 던지고 간 <나중에 봐>라는 말은 작별인사가 아니었다. 아무리 그가 저택의 구조를 조사하는 것에 열중한 상태긴 해도, 키드가 여기 있는 이유는 신이치의 백업이었으니까. 그러니까 저 말을 ‘음’, ‘이만’, ‘간다’, 심지어는 ‘뿅’ 따위로 바꿔도 의미차이는 없었다. “왜 이렇게 돌아다니고 계신가?” “…?” 그렇지...
*썸네일 제공: 섭 “다이너나 갈 줄 알았는데.” 그가 식당 내부를 휘 둘러봤다. 목재로 마감된 내부와 하늘하늘한 식물은 중립적이지만 어느 상황에나 적당한 인상을 줬다. 천장에 달린 조명은 조도가 그렇게 높지 않았다. 그 빛 아래서는 맞은편 상대의 얼굴은 잘 보이지만, 멀리 있는 타인은 흐리게 보였다. 잔잔하게 깔린 음악에 말소리도 부드럽게 뭉개졌다. “내...
*썸네일 제공: 섭 “그 악마.” 그가 어렵게 입을 뗐다. “어디 있는지 알아?” “너야 구마할 때 이름만 알면 되겠지만 난 아니거든. 다른 건?” “다른 거? 다른 거 뭐?” “이유가 있으니까 찾는 거 아냐? 그 매개를 말하란 말이야. 그 꼬맹이 얘기는 빼고.” “이거 주인을 찾아와야 해서.” 그가 셔츠의 단추를 하나 풀고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 신호...
*썸네일 제공: 섭 천사의 선글라스는 그에게 약간 컸다. 얼굴의 반을 가리는 검은 렌즈 아래에서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차가 외곽으로 달리기 시작하자 그것은 더 심해졌다. 서늘한 바람이 이마를 쓸었지만 조수석에서 그냥 뛰어내리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했다. “조니, 왜이리 뻣뻣해? 얘넨 미국 경찰이지, 영국 경찰이 아냐.” “빌어먹을, 그게 그거지.” 그...
*썸네일 제공: 섭 그러므로 그가 최악의 선택을 한 것은 주머니에 담배를 남겨놓지 않은 루시퍼의 잘못도 있었다. 약속을 지킨 택시기사가 사라진 손님에 의아한 얼굴로 경적을 울리는 사이, 그는 루시퍼의 옷장에서 굴러 떨어졌다. 반듯한 정장과 구두, 자잘한 물건이 정리된 드레스룸은 바닥에 설치된 간접조명만 약하게 번뜩였다. 내가 또 망쳤군. 그는 구두를 정리해...
*썸네일 제공: 섭 저녁을 먹자. 그는 얼룩진 도로 위에 서서 잠시 천사의 말을 떠올렸다. 기저에 깔린 의미를 파악하려 고개를 돌리자 루시퍼는 행거에서 가져온 트렌치코트를 그의 몸 위로 올렸다. 네 상징적인 차림이지? 난 별로 입지 않으니, 네가 입어. 두 치수는 더 컸다. 소매는 손을 거의 감췄고 길이는 발목까지 내려왔다. 그는 빈정대거나 따지지 않고 돌...
*썸네일 제공: 섭 안 쪽에는 루시퍼만 쓸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하나 있었다. 위층의 개인적인 호텔로 이어지는 입구였다. 그는 별 생각 없이 따라가다가 복도를 나오자마자 보이는 거대한 침대에 인상을 찡그렸다. 막연히 주거공간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아래층의 방탕함과 이어지고 있었다. 징그럽게 즐기고 있나 보군. "씻고 나와." 천사가 그의 어깨를 툭 쳤다. 어...
*썸네일 제공: 섭 차창 너머로 칙칙한 야경이 뭉개졌다. 그들이 탄 고급 차는 흔들림이 거의 없었다. 내부는 넓었고, 시트는 깨끗하고 악취가 없었다. 분명 편안했지만 그와는 어울리지 않았다-구겨진 옷하며, 착색된 머리카락이며, 낡은 구두까지. 고속도로를 지나 시내로 들어서자 그것은 더 큰 모습으로 재현되었다. 크고 멀쑥한 건물들 근처엔 초라한 사람들이 그림...
*썸네일 제공: 섭 비행기의 좌석에는 머리 부분에 흰 덮개가 씌워져 있었다. 그는 약간 끈끈한 머리 상태를 떠올리곤 담요를 베일처럼 쓰고 자리에 앉았다. 얼굴까지 가리면 정말 수상해 보일 것 같아 마치 마리아처럼 둘러쓴 담요는 등까지 내려왔다. 그의 자리는 창가였으므로 자연히 바깥의 아스팔트 바닥을 쳐다봤다. 조그만 사람이 형광조끼를 입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썸네일 제공: 섭 몽타주는 오전 10시에 공개가 되었다. 그는 그 전에 가게에서 헤어틴트를 사왔다. 어울리지 않는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고 거울 앞에서 금발을 검게 덮었다. 눈썹 위까지 꼼꼼히 덧바른 그는 쓰레기를 가방 안에 챙겨 넣었다. 그리고 꽤나 자신만만한 걸음걸이로 주인에게 열쇠와 지폐를 내밀었다. 마침 주인은 조그만 티비를 보고 있던 참이었다. 그...
*썸네일 제공: 섭 "누가 이런 공간을 만들었을까?" 그의 중얼거림이 숨소리와 함께 울렸다. 관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좁았다. 빛은 어느 방향으로든 그림자처럼 울렁였고 여러 차원의 소음은 낮게 웅웅 댔다. "이런 장소에 페티시가 있는 놈이 있나?" 그가 한숨을 길게 쉬었다. 요즘은 악마가 이곳 저곳 돌아다녔다. 고통이 늘수록 악마들이 쉽게 몸을 빼앗고 영혼...
*썸네일 제공: 섭 오후 2시 하고도 반. 한창 밝은 낮이었다만 어쩐지 하늘은 약간 바랜 빛이었고 거리엔 사람 하나 없었다. 허름한 건물들이나, 쓰레기통에나 진한 그림자가 붙었을 뿐. 사회에서 비참하게 떨어져나간 사람들이 모이는 곳. 누군가는 부족하고 넘치는 잠을 청하고 있었고 누군가는 멀리 나가 있을 것이었다. 새 소리 대신 위층에서 틀어놓은 라디오 소리...
하고 싶은 말과 거짓이 섞인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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